꿀잠 자는 방법은? 잠이 부족한 한국인들

건강|2019. 3. 18. 00:00

마약 베개, 기절 베개, 요술 베개, 무중력 베개…. 꿀잠으로 이끈다는 상품들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면 파산' 상태에 빠져 있다. 잠이 얼마나 절박하면 '마약'과 '기절' '요술'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라는 사람이 2480명(49%)에 달한다. 

성공을 위해 수면 부족 감수한다


전문가들은 하루 7~9시간(평균 8시간) 수면을 권장한다. 한국인의 절반은 잠이 부족한 것이다. 

수면 파산의 배후에는 성공을 향한 욕망이 있다. 응답자 중 69%가 '성공을 위해 수면 부족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수면 혁명'을 쓴 아리아나 허핑턴은 "과로와 번아웃 증상은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는 집단 환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뭔가 줄여야 할 때 잠이 가장 만만하다. 네댓 시간만 자도 일곱 시간 이상 잔 것만큼 일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착각한다.


한국 사회는 유럽과 달리 밤 10시가 넘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많다. 잠이 부족하면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지며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커피와 술은 에너지 드링크가 아니다. 도리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김 교수는 "'카페인 섭취가 많아도 잠을 잘 자는 체질'이라는 건 과학적으로 보면 착각이고, 알코올은 얕고 자주 깨는 잠을 부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면 부족은 선진국의 유행병"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은 '잠 부족 국가'다.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서 한국인은 하루에 7시간 41분을 잤다. 평균(8시간 22분)보다 41분 부족한 수치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직장인은 수면 시간이 6시간 6분에 그쳤다.


구글에서 '나는 왜(why am I)'를 입력하는 순간 많이 검색하는 질문이 뜬다.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why am I so tired)'가 3위다. 문제는 잠이다. '잠(sleep)'으로 검색하면 결과가 14억건에 이른다. 수면 장애는 현대인의 실존을 위협할 만큼 만연했다.


#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낮과 밤, 해와 달의 리듬 속에 있었다. 원시시대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파수꾼 노릇을 했다. 


인류학자들은 가족 3대의 수면 패턴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징을 발견했다. 10대는 대체로 자정까지는 잠들지 않는다. 그들이 잠에 빠질 때면 부모가 깨어나 한두 시간 활동하고 새벽 4시면 조부모가 눈을 뜬다.


수면 습관이 무너진 건 값싼 인공 조명 때문이다. 밤의 유흥이 시작됐고 야간 근무자가 생겼으며 생체 리듬은 뒤죽박죽이 됐다. 그 부정적 결과물이 불면증과 수면 파산이다. 


잠의 힘을 우리는 과소평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일부러 수면 시간을 줄이는 유일한 종이다.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 




수면 부족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10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졸음 운전이 22.5%로 가장 많았다.


노동이 24시간 돌아가는 오늘날 잠은 산업이 됐다. 미국에선 수면을 돕는 의약품이 한 해 300억달러(약 33조8000억원)어치 팔린다. 


"잘 자"라는 말은 더 이상 넘겨들을 수 없는 인사다. 꿀잠이 그만큼 귀하다. 주중에 쌓인 '수면 부채'를 갚으려고 주말에 몰아 잔다는 사람도 흔하다. 수면 전문가들은 "일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다. 전날 밤에 충분히 자지 않아 능률이 떨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수면은 때로 의식주보다 삶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인생은 3분의 1이 잠이다. 평균 수명으로 보면 25~30년에 해당한다. '자느냐 마느냐'는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못지않게 묵직한 질문이다.


# 꿀잠 자는법! 낮에 30분 이상 햇빛 쬐고, 11시 이후엔 드라마·먹방 금지




'컴컴해졌어, 컴컴해졌다고!'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이런 신호를 우리 뇌와 몸에 보낸다. 그만 잠자리에 들라는 생물학적 명령이다. 


하지만 멜라토닌은 잠 드는 일 자체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쓴 수면 과학자 매슈 워커는 잠을 올림픽 100m 달리기에 비유한다. 


그는 "멜라토닌은 '선수들, 제자리에'라고 말하는 심판 목소리"라며 "심판(멜라토닌)은 경주(잠)가 시작될 때는 통제하지만 경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은 멜라토닌 분비를 지연시킨다. 잠의 리듬을 헝크는 것이다. 밤 11시 넘어 방영하는 TV 드라마나 '먹방'은 '잠자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밤 10시에 수면제를 먹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본다면 그 각성 효과가 수면제보다 크다. 낮에 커피를 달고 살며 밤술을 마신 뒤 드라마 보다가 침대에서 스마트폰까지 들여다보면 최악이다.


# 불면증 자가 진단법




꿈을 시리즈로 꾼다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하룻밤에 꾼 꿈 세 가지를 들려주는 식이다. 건강한 것일까 아닐까. 


8시간 잘 경우 꿈을 꾸는 '렘 수면' 구간을 서너 번 거치는데, 꿈과 꿈 사이에 깊은 잠에 빠져 꿈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야 꿀잠이다. 꿈을 시리즈로 꾼다는 사람은 얕고 나쁜 잠을 잔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수면 취향이 다르다. 낮에 일찍 각성 상태가 최고에 오르고 밤이 되면 졸음이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침형(종달새형) 인간'이라고 하는데 인구의 약 40%를 차지한다. 


반면 '저녁형(올빼미형) 인간'은 약 30%다. 종달새형과 올빼미형의 중간 어딘가에 나머지 30%가 있다. 올빼미형 인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밤에 일찍 잠들기 어렵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싫어한다. 


자연은 사람들 사이에 왜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진화론은 "부족이 함께 모여 살 경우 모두가 잠든 취약한 시간대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누운 뒤 20분 이내에 자야 정상이다. 꿀잠 자는 요령은 없을까.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지만 잘 때 자야 한다. 오후에는 커피를 피하고 잠들기 3시간 이내에는 운동도 나쁘다.


커피와 수면제는 절대 같이 먹지 말고, 술은 잠을 방해하니 속지 말아야 한다. 주말에 몰아 자더라도 11~12시간씩 과하게 자는 건 해롭다. 주중에 밥을 두 끼만 먹다가 주말에 보충한다고 네댓 끼 먹는 것과 같다.


이 밖에도 오후 3시 이후엔 낮잠을 자지 말 것, 자기 전 뜨거운 물로 목욕할 것, 침실을 어둡게 하고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를 치울 것, 낮에 30분 이상 햇빛을 쬘 것,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 것, 누웠는데 20분 넘게 잠이 안 오면 일어나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할 것!


꿀잠의 기술들이다.

댓글()